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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부는혹꼼

"여행가는달 #13", 제주 올레길 1 코스, 시흥-광치기 올레길

by 혹꼼 2024.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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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1코스는 올레길의 가장 첫 번째 올레코스다.
말미오름과 알오름 그리고 성산일출봉을 돌아가는 바당길이 이어진다.
종달리와 시흥리 해안도로 저 멀리 우도가 보이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코스로
걷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올레길이다.

 

제주올레1코스


5월의 제주도는 이미 눈부신 봄을 맞이했다.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해 서둘러 짐을 찾아 나왔다.
마중 나온 제주도의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니
마음이 더욱 설레기 시작했다.

 

제주올레1코스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성산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맡기고
모영이라는 식당을 찾았다.
 

 

모영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특별자치도, 성산읍 동류암로 44 KR

★★★★★ ·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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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식당으로 밤에는 주점으로 
운영하는 식당 같았다.

(현재는 주점으로만 운영 중인 모양이다.)
이곳에서 나는 생전 처음으로 몸국이라는 
음식을 먹어봤다.

 

제주올레1코스제주올레1코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지만
먹다 보니 한 그릇 뚝딱할 정도로
중독적인 음식이었다.

 


 

 

이전이야기 : "여행가는달 #12", 제주 올레길 4 코스, 표선-남원 올레길

 

"여행가는달 #12", 제주 올레길 4 코스, 표선-남원 올레길

올레4코스는 제주도 표선리에 있는 표선해수욕장에서 시작해 세화2리와 신흥리를 지나 남원포구까지 이어지는 19km의 올레길이다. 해안을 따라 길게 늘어선 아름다운 올레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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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흥리 정류장

제주올레1코스제주올레1코스
올레1코스 시작


올레1코스의 시작점인 시흥리 정류장에 도착했다.
올레스탬프를 찍고 말미오름을 향해 출발했다.
작은 돌담너머로 제주 특색의 밭들이 보였다.
나는 저것이 당근이라며 감히 결론지었었다.

 

제주올레1코스


말미오름 입구에는 올레 공식 안내소가 있다.
제주올레 굿즈들을 구경하거나 올레길에 대한 안내를 받아볼 수 있다.
깨끗한 화장실도 있으니 미리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말미오름 입구에는 숲길을 오르기 전에 필요한
해충퇴치제가 있으니 잊지 말고 꼭 이용하길 바란다.

 

제주올레1코스
제주올레 공식 홈페이지


말미오름을 오르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진 않았다.
숨이 가빠지는 말미오름은 몸을 힘들게 했지만
정상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말미오름 정상에 도착하면 그간에 짧은 힘듦을
모두 잊게 만들 풍경이 눈앞에 들어온다.
작은 고생으로 큰 보상을 얻은 것만 같았다.
성산일대와 우도를 한눈에 담아보며
시원한 물 한잔 마셔주면 그게 보상이 된다.

제주올레1코스


올레1코스는 바로 이어서 알오름으로 향한다.
가는 길 내내 종달리와 성산일대가 내려다 보이기 때문에 
여기가 말미오름인지 알오름인지 헷갈리지만
어찌 되었건 좋으면 그만이다.

시원한 바람과 풍경, 너른 들판 위를
바라보며 걷다 보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별로 중요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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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종달리


마치 생태공원과 같은 길을 내려와 구불구불한
밭길을 지나쳐내려 오면 웬만큼 큰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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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리 소금밭으로 향하는 길이다.
청보리가 마치 파도가 치는 것처럼
바람에 흔들거리며 우리를 반겨주는 모양이다.

 

이번 여행일정에는 아내의 생일도 포함되어 있다.
밭길을 내려오면서 길가에 핀 마음에 드는 
들꽃들을 꺾은 후 엮어 손바닥만 한
작은 꽃다발을 만들어 주었다.
(봄이 좋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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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지 않아도 이런 작은 마음을 전해
남은 일정이 행복해지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리는 어느덧 종달리 소금밭에 앉아 물을 나눠 마시고 있었다.

종달리를 관통하는 올레1코스에는
중간중간 마을 소품샵과 이쁜 카페 또는 식당이 있어서
구경거리가 제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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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쁜 마을이구나 생각하면서 걸터앉았던 무릎을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종달리 소금밭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안도로에 다다랐다.




3) 종달리 해안도로


이제는 종달리 해안도로가 시작된다.
조금 더 바다에 가까운 길을 걷기 시작하니 
사람들도 꽤 보였다.

 

제주올레1코스
바닷가에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은 언제나 정감가는 장면이다


좌측으로는 성산일출봉을 
우측으로는 우리가 올랐던
말미오름과 알오름이 보인다.

적당히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중간스탬프가 있는
목화휴게소가 보인다.

 

제주올레1코스

 


반건조된 오징어를 구워 맥주와 함께 먹기
무척 좋은 곳이다.
방송에 나오면서 사람들이 꽤 많이 
방문한 모양이었다.

 


휴게소라는 이름이 걸맞은지는 모르겠으나
꽤 예스러운 건물 내부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반건조 오징어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목이 마르면 시원한 맥주를 홀짝홀짝 마셔준다.

아름다운 바다, 뺨을 스쳐가는 바람,
오징어 굽는 냄새, 탱글탱글한 반건조 오징어와
시원한 맥주의 맛 이것이야말로 오감을 만족시키는
여행의 참 묘미가 아니겠는가?

 

제주올레1코스

 


일정이 빠듯한 우리는 숙소에서 여유롭게 먹기 위해 
이미 근처에서 반건조 오징어를 2마리 구워왔기에
목화휴게소편의점에 들어가서 먹진 않았지만
마치 저들의 행복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대중교통이 애매하기에 차를 끌고 가는 게 편하다. 
아쉽게도 운전자는 맥주를 마시지 못할 수 있겠다.
어쩌면 우리처럼 차라리 포장이 좋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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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오징어 다리 
두어 개를 뜯어 하나씩 오물거린다.
그리고는 펜션과 리조트가 가득한 해안도로를 
걷다 보면 어느덧 성산일출봉에 가까워진다.
 

 



4) 성산일출봉 

 

 

성산 일출봉 · 서귀포시

★★★★★ · 산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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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성산일출봉이 바로 눈앞에 아른거릴 위치까지 가까워졌다.
왼쪽에는 성산포항이 보인다.
일전에 우도에 들어가기 위해 들렀던 곳이다.
이런저런 일 때문에 일정이 꼬였었던 그때가 기억난다.
어찌 되었건 우도는 준비를 많이 못했던 아쉬운 기억 덕분에
다시 한번 꼭 방문하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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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절벽 위 작은 길을 걷고 있었다.
성산일출봉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일출봉과 그 주변을 관광하고 이동하기 바쁠 것이다.
그렇다면 한번 시인 이생진 시비거리를 방문해 보길 바란다.
날씨만 허락해 준다면 마음을 울릴만한 아름다운 절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성산일출봉 입구에서 수많은 관광객을 이리저리 피해 
올레길을 따라 주차장을 돌아 나왔다. 
(화장실은 방문해줘야 한다.)
 

제주올레1코스


성산일출봉을 뒤로하고 걸어갈 때 쯤에야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왔을 테지만
문득 20대 때 왔던 성산일출봉이 불현듯 생각났다.

성산일출봉에 올라 일출을 꼭 봐야 한다며
아침잠이 꽤 많았던 그때의 내가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 정상까지 올라갔던 그 일이
기억났다.

 

그때 나는 성산일출봉을 잘 알지도 못했다.
아무 계획도 없었다. 
단지 전날 인터넷에서 찾아본 성산일출봉이 아름다워
무작정 오르자고 굳게 마음먹었던 것뿐이다.

 

제주올레1코스

 

당시의 기억이 많이 나진 않아도 정상전망대에서 
바라봤던 아름다웠던 일출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제주도를 좋아하게 된 게 언제였는지
그리고 왜 성산일출봉이 나에게

아련한 추억처럼 남아있는지 말이다.

 

아마 20대의 나는 그때 제주에게 마음을 빼앗겼었나 보다.



5) 광치기해변


이제 올레1코스의 마지막이 코앞이다.
웬 말 한 마리가 떡하니 옆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신기했다. 아름다운 광치기 해변 옆, 수풀사이에 한가롭게 
풀을 뜯는 흑마(黑馬)라니 어디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제주도에서는 그것이 일상인가 보다.
한 커플만 빼고 다들 눈길도 주지않고 익숙한듯 지나쳐 가버렸다.

 

제주올레1코스

 


제주 4.3 희생자 추모공원이 보였다.
주변이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추모비에는 큰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하긴 저 신비한 말에도 거의 눈길조차 주지 않으니
그럴 만도 한 것 같았다.

그럼 4.3을 몰랐던 과거의 나는 어땠을까?
아마 셀카봉을 들고서 추모공원을 돌아다니지만
나 역시 추모글에는 큰 관심이 없었을 것만 같다.

 

제주올레1코스


그때 어디선가 갑자기
선글라스를 낀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나타나
추모공원의 추모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와 아빠 품에 안긴 아들은
꽤 오래도록 그곳에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갑자기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래 하루에 한 명이라도
저렇게 누군가 이 일을 기억해주기만 한다면
저 추모공원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아버지는 아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을까?
아마 부자(父子)는 저들을 추모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꼭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우리의 역사가 저런 방식으로 다음 세대에게
전승되고 있는 것이라 그렇게 믿었다.

 

 

제주올레1코스

 


올레1코스는 이렇게 끝이 났다.
말미오름과 알오름 정상, 종달리 마을, 해변도로를 지나
성산일출봉을 넘어 광치기해변을 걸어왔다.

아마 일상으로 돌아가면 평소처럼 
오늘의 기억을 잊은 채 지낼 테지만
그래도 나는 오늘 내가 제주를 좋아하게 된 이유와
추모공원의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 
그리고 반건조 오징어의 진미를 알게 됐다.

 

제주올레1코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가지만
누구나 똑같은 시간을 보내진 않는다.
모두가 그랬을리는 없을테지만
나는 오늘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낭비하거나 지워지길 바라는 불행한 시간은 전혀 없었다.
그것으로 이미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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