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4코스는 제주도 표선리에 있는 표선해수욕장에서 시작해 세화2리와
신흥리를 지나 남원포구까지 이어지는 19km의 올레길이다.
해안을 따라 길게 늘어선 아름다운 올레길이지만
표선해수욕장 근처부터 큰 리조트와 음식점이 즐비하고
바다를 따라 걷다보면 중간중간 크고 작은 마을이 많아
지루할 틈 없는 올레길이다.
어제 올레5코스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기에
늦은 기상과 함께 아침식사는 어제 사 왔던
수제햄버거로 대신했다.
오뚜기빵집
위미리에 오뚜기빵집이라는 꽤 전통 있어 보이는 제과점인데
추억 돋는 옛 제과점 느낌이 물씬 들었다.
우리는 상투과자와 수제햄버거를 사 왔는데
특히 옛날느낌의 수제햄버거가
추억 돋는 어린 시절 먹던 햄버거의 맛이 느껴졌다.
이런 소소한 행복으로 인해
출발하는 발걸음도 가벼워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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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표선(제주민속촌 주차장 입구)
표선해수욕장은 제주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근처에는 제주민속촌과 해비치호텔&리조트가 있어서
우중충한 겨울날씨에도 유동인구가 상당히 많았다.
올레스탬프를 찍고서 올레4코스를 출발했다.
사람 많은 곳은 역시 다양한 상권이 들어서 있었다.
서귀포 쪽 올레길에선 제주도민의 분주한 일상을
볼 수 있는 올레길은 흔치 않지만
간혹 관광지를 지나는 올레길에서는 다르다.
덕분에 제주도에 여행 왔다는 실감이 들었고
덩달아 여행의 설렘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제주도 서남쪽은 부속섬이 없어서인지
드넓은 바다를 볼 수 있다.
흐린 날씨에도 바다 저 멀리까지 보여
마음이 뻥 뚫린 것만 같았다.
그런 바다를 마주 보며 잘 포장된 민속해안로를 따라
세화항으로 향했다.
2) 세화리
세화2리 쪽에 접어들면서 음식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눈에 첫 번째 보였던 곳은 해녀가 운영하는 해녀의집 식당이었다.
아직 점심시간이 되지 않아 들어가진 않았는데
올레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한번 들러봐도 좋을 것 같다.
세화항을 걷고 있는 다른 올레길 여행자들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올레길 여행자들은 대부분 걷는 실력이 출중한 분들이 많은 것 같았다.
체력도 물론 좋아서 새벽부터 시작해 두 코스를 도는
노년의 멋진 할아버지도 만난 적 있었는데
나는 그날 적잖이 충격받았었다.
물론 나는 그 축에 가까운 사람은 아니었다.
대부분 앉아서만 일해서 남부럽지 않게 뱃살도 넉넉하고
운동을 좋아하지만 지구력은 영 별로였기에
한 코스만 돌아도 그날 체력은 다 소모했다고 보면 된다.
덕분에 나는 올레길 여행의 생각을 바꿨다.
하루 만에 한 코스를 반드시 완주하는 것보다는
내가 할 수 있고 만족할 수 있는 데까지 걷기로 목표를 수정했다.
한 코스를 무작정 돌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고
기분 좋은 올레길 여행이 되기를 바랐다.
나한테는 그게 곧 올레길의 슬로건인
놀멍쉬멍걸으멍의 참 의미가 아닐까 싶다.
3) 알토산고팡 중간스탬프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올레4코스도 슬슬 바다와 잠시 멀어지기 시작했다.
곧 중간스탬프가 나오고 그곳에는
알토산 고팡이라는 식당이 있기에 그곳에서
점심을 때우기로 마음먹었다.
중간스탬프를 찍고서 들어선 식당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친절한 식당사장님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그리고 무엇보다
식당의 구조가 마음에 들었다.
급히 짐을 풀고 주문을 했다.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그중에
나는 김치찌개와 맥주를 시켰다.
정갈한 반찬과
칼칼하면서 감칠맛이 나는
김치찌개가 아주 만족스러웠다.
사장님과 간단한 대화 후에
인사를 나누고 나왔다.
그리고 꼭 다시 오겠다고 생각했다.
3-1) 알토산고팡-락베이커리(알토산고팡)
3-2) 운영시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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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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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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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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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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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신흥1리
좌우로 귤나무와 비닐하우스를 지나
작은 마을사이를 내려오며 걷다 보면
다시 바다를 만나게 된다.
신흥리포구다.
작은 카페도 보이고
아기자기한 주택을 지나가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서귀포 올레3코스나 올레4코스를
돌다 보면 바다와 접해있는 창고나 공장 같은 건물이 많이 보인다.
처음에는 이 건물들은 뭘까 궁금했는데
몇몇 건물외벽에 OO수산이라고 적혀있고
심지어 대형마트 지정양식장이라는 팻말이 눈에 들었다.
수산물 양식장일 것이다라고
스스로가 결론을 내렸다.
계속해서 바다와 야자나무, 넓은 아스팔트 도로가
어느 휴양지를 연상케 하는 올레길이
오래도록 이어져있었다.
5) 남원포구
신흥리포구를 지나 해안도로를 계속 걸어간다.
길게 이어진 해안도로와 제주도 특유의 바다는
마음속에 평온을 유지하게 한다.
종점에 가까워질수록 몸은 더욱 무겁기만 하다.
미처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몸을 이끌고 떠난
올레4코스의 종점에 점점 가까워지자
비로소 두 다리도 실감 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다른 올레길을 걷었을 때도 힘들었지만
컨디션 탓인지 이번에는 유난히도
힘든 시간처럼 느껴졌었다.
그 덕분인지 잡념이 들어설 곳이 없었다.
고행을 통해 잡념을 지우던 순례자의 기분이랄까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내가 이해한 방식으로 가면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으려던 사람들이 있다.
제주에서 답을 구하고자 방문한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가지고 떠났을까
나에게 올레길을 걷는 것이
꼭 해답을 찾고자 떠난 것만은 아니겠으나
이번 올레길을 떠나면서 은근히
해답이 찾아오길 바랐었다.
당연히 해답은 나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나에게 주어졌던 근심이
더 이상 내 손에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답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인생을 사는 것이 주어진 문제의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대하는 자세를 배우는 것이 아닐까라는
작은 교훈을 얻었다.
옛날 돌로 쌓아둔 남원포구의 오래된 방파제는
수많은 파도를 견뎌내며 지금까지 남아
나에게 영감을 남겨주었다.
다음이야기 : "여행가는달 #13", 제주 올레길 1 코스, 시흥-광치기 올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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