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2 : 화순-모슬포 (올레10코스)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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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편에 이어서 올레10코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올레길은 10km이상되는 트레킹 코스이기에
나름대로 체력을 필요로한다.
올레10코스만 해도 15km인데
도로사정이야 다르겠지만
광화문에서 잠실 롯데월드까지
걸어간다 생각해보면 대충 감이 온다.
그래도 매년 올레길 여행자들은
꾸준히 제주도를 찾아오고있다.
나 역시 그 이유를 알 것도 같고
사회생활에 지칠때쯤이면 아직도
나도 올레길이 그리워질때가 있다.
1) 형제해안로
형제해안로는 바닷가로 길게 이어진
꽤 멋진 길이다.
제주도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이곳을 드라이브해 보길 추천해 본다.
드 넓은 해변과 저 멀리
형제가 나란히 있는 것 같은
형제섬은 일종의 매력포인트 같은거다.
오래전에 이 곳에서 트레킹을 했던 적 있었다.
20대 초반이었던 우리가 멋 모르고 걸었던 이곳에서
나름대로 우리만의 맛집(?)같은걸 찾아냈었다.
텐피자라는 곳인데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피자가 꽤 맛있었다.
덕분에 와이프와 나의 추억이 담긴
특별한 식당이 되었다.
올레10코스에서도 이곳을 지나가기에
오랜만에 점심을 먹고자 방문했다.
옛날에 먹었던 피자와는 또 다른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사장님과 대화도중
사장님의 건강상의 이유로
텐피자를 정리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영원한 것은 없겠지만
이제는 추억속에만 남아있을
식당이라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씁쓸해질 뿐이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마음 한편이 포근해졌다.
2) 송악산 둘레길
많은 사람들이 찾는 송악산은
그 주변만 관광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시간이 충분하다면 송악산 둘레길을 걸어보길 추천한다.
날씨가 좋다면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멀리 보이고
송악산 자체의 아름다운 비경만으로도
경험해 볼 만한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올레 10 코스는 아름다운 절경만으로
구성되어있지 않다.
제주의 역사적 비극이 담긴 장소를 10코스에서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으로 구성했다.
송악산 둘레길을 걷다 보면
일제의 진지동굴이 수 없이 보인다.
별 의미없이 둘러본다 해도 상관은 없다.
다만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남아있는 증거로써 바라본다면
여행의 새로운 재미를 얻게 되지 않을까 싶다.
3) 하모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트레킹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출발한 지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송악산 둘레길을 내려왔다.
감격스러운 전망을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올레10코스는 이제부터 다크투어리즘으로 들어온 셈이다.
지금은 제주도민의 삶의 터전이지만
우리가 쉽게 가늠하지 못할 아픔도 공존하는 곳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제주도에 어울리지 않는
일제 고사포진지와 비행기 격납고가 보이고
4.3 희생자들의 비극이 섞여있는 곳이다.
휴양과 관광으로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는
이런 제주도의 아픔을 알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그저 낭만과 즐거움이 가득한 곳으로만 여겼을 뿐일 것이다.
일제의 수탈과 강제 동원으로 만들어진
격납고와 고사포진지와 같은 것들을
단순히 흉물과 같이 생각했더라면 허물어 버렸을 테지만
그럼에도 눈엣가시와 같은 것을 저렇게 보존한 것은
아마도 우리에게 중요한 메세지를 남기고자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전에는 4.3사건이라는 이름만 들어봤었다.
자세한 내용은 역사 문외한이라 잘 몰랐었기 때문에
크게 와닿는 느낌은 없었다.
이번 올레길 여행에는 섯알오름 학살터와 추모비가 있어
출발 전에 4.3사건에 대해 잠시 알아봤었다.
우리나라 군경과 남로당의 이념 갈등으로 인한
무력 충돌에 휩쓸려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희생됐던
그럼에도 국가에 그 어떤 책임조차 없이 묻혀버릴 뻔했던
그 참담한 이야기들을 나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잠시 그들을 추모했다.
아직도 제주도에는 그 희생자와 유족들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누구도 그 이야기를 쉽게 입 밖으로 내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아픔을 나는 쉽게 헤아리진 못할 것만 같았다.
4) 종점으로.. 하모체육공원
지금은 삶의 터전이 되어버린 이곳을 지나
하모해수욕장을 걷고 있었다.
20대에 나는 이곳에서 바닷물에 발을 담근 채 잠시 쉬어갔던 기억이 난다.
아름다운 기억이 남아있던 이곳에서 나는 또 다른 추억을 쌓아갔다.
어느덧 저쪽에 모슬포항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우리의 여정이 곧 끝난다는 의미였다.
올레10코스는 나에게 참 좋은 기억을 남겨주었다.
이번 여행은 여기서 마무리됐지만
덕분에 다음 올레길은 또 어떤 길이 기다리고 있을지
설렘이 가득 차올랐다.
지친 몸을 이끌고 마지막 올레스탬프를 찍자
비로소 이번 올레길 여행의 마침표도 찍혔다.
그리고 우리는 올레길안내소에 모여 기념사진도 남겼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되었으면 좋겠다.
다음이야기 : "여행가는달 #11", 제주 올레길 5 코스, 남원-쇠소깍 올레길(역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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