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 : 남원-쇠소깍 (올레5코스 역방향)
남원에서 시작해 쇠소깍으로 가는 올레5코스는
큰엉 해안 산책로가 참 아름다운 코스다.
바다와 위미항이나 신계리 근처 마을을 두루 둘러볼 수 있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덧 겨울이 지나가는 2월말이었다.
날씨는 우중충하고 바람이 꽤 불었지만
제주도는 나름 따듯한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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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나는 회사 조직개편으로 인해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중이었고
걸으면서 스트레스를 좀 해소해볼까 하는 마음이 컸었다.
몇 달동안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서인지
머릿속이 복잡한 상태였기에
올레길을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충분한 힐링을 주었다.
1) 쇠소깍 - 시작
지난번 올레6코스의 종착지였던 쇠소깍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역방향으로 가는 루트를 계획했기에 시작점이 쇠소깍이지만
올레5코스의 시작점은 원래 남원이다.
올레길을 걷다보면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역방향으로 걷게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올레6코스 포스팅에서 쇠소깍은 추억이 많은 장소라 했었다.
차를 타고 제주여행을 왔을 때 쇠소깍에서 남원으로 이어지는
해안로를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 신곡이었던 아이유의 팔레트를 들으며
드라이브했으니 그것도 이미 오래된 일이 되어 버렸다.
올레 6코스 : "여행가는달 #6", 물 위를 걷는 자#2 - 서귀포#2(제주도여행)
바닷길이 나오자 나는 많은 생각에 잠겼다.
아마 신계 2리 복지회관까지는 줄곧 회사이야기만 했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순응하 자는 식의 나름의 결론을 내린 것 같았는데
마음은 썩 못마땅했었던 것 같다.
2) 위미리 (동백나무군락지)
나는 위미리도 처음에는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는 길에 처음 방문했다.
위미는 하나로마트가 있는 꽤 규모가 큰 마을이라
식당이나 카페도 많고 편의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만약 올레길을 걷다가 점심을 먹고자 한다면
위미에서 식당을 찾아보면 될 것이다.
서귀포를 관통하는 큰 도로인 일주로나 중산간로를 통해
여행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위미리를 지나가는 도로나
마을 여기저기 작은 길을 둘러둘러 지나가면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나는 위미리를 그렇게 처음 기억하게 되었다.
올레 5코스는 위미리를 지나는 코스다.
위미항을 지나가면 동백나무군락지를 발견할 수 있다.
동백나무가 가지나 잎이 빽빽하기에
제주도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었나 보다.
현맹춘이라는 할머니가 바닷바람에 농사가 잘 안 되자
어렵게 모은 돈으로 동백씨앗을 사다 뿌렸고
그 뒤로 농사가 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위미에 동백나무군락지가 생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겨울에 피는 동백꽃이 아직 피어있기에 눈에 담으며 걷다 보면
중간스탬프에 다다르게 된다.
3) 큰엉해안산책로
바위로 만들어진 큰 절벽이라는 의미로 큰엉이라고 한다.
위미동백나무군락지를 지나 바닷바람을 맞으며
도로와 산길로 이루어진 올레5코스를 줄기차게 걷다 보면
어느덧 잘 가꿔진 산책로 다운 길이 나온다.
제주 금호리조트가 있는 남원 큰엉해안산책로가 그것이다.
큰 리조트가 있는 산책로라 산책을 즐기는 사람도 많고
길도 관리가 잘 되어있다.
숲길을 걸으면서 너른 바다가 내려다 보이기에
올레길의 매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따금 산책로에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다.
뭐가 있나 하며 지나서 돌아보니 바로 알 것 같았다.
한반도 모양의 나무그늘 사이로 바다가 보이는 포토스팟이었다.
전에 나도 제주 금호리조트는 장모님 덕에 자주 왔었다.
저녁식사를 마치면 잠시 나와 산책로를 따라 산책하면서
우리도 저곳에서 사진을 남기곤 했었다.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에게는
큰엉해안산책로에서 지나치지 말아야 할 장소다.
4) 남원 - 종점
큰엉해안로를 나오면 이제 곧
올레5코스 역방향도 끝자락이라 볼 수 있다.
펜션과 카페가 마주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남원포구를 지나면 올레4코스의 종점이자
올레5코스의 시작점이 나온다.
우리는 역방향으로 걸었기에
우리에게는 저곳이 종점이 된다.
사실 남원 쪽 들어서서 지나온 올레길은 우리가
익히 걸어왔던 올레길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만 남원포구는 나름대로 낭만이 느껴지긴 했다.
여기저기 식당과 카페들이 줄지어 있었다.
야자나무와 남원용암해수풀장 앞 놀이터에
어린이들이 노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다.
지나고 나니 올레5코스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길이구나 싶었다.
처음엔 올레5코스를 나중에 돌까 했다.
나에게 매력적인 길들을 우선 걸어볼까 생각했었기 때문인데
그러면 나중에 남아있는 길들이 모두 하기 싫은 숙제가 될까 봐
이번 여행 코스에 추가했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올레길은 저마다 나에게 다른 느낌을 준다.
대부분은 비슷한 길의 형태를 가지고 있더라도 말이다.
아마도 이번에 5코스를 돌지 않았다면
몰랐을 경험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올레5코스를 돌때는 사진을 많이 남기진 못했다.
날씨도 그렇지만 내 나름의 고민들을 스스로의 방식으로
이해하려 애쓰느라 사진을 찍을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기억에 남았다.
올레5코스를 돌며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나에게 남아있는 고민과 힘든 일들도
이번 올레길처럼 지나고 나면 나름 특별한 기억으로
남으리라는 확신이 생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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