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 : 대평-화순금모래(올레9코스)
제주 올레길 여행을 하고 난 후 느낀 감정과 경험을 개인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후기이며
정보성 글보다는 각 올레 코스를 에피소드로 한 에세이 형식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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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9코스는 난이도가 별 3개로 분류된 올레길로
종점까지의 거리는 짧지만 초반부터
높은 고도 시작되어 군산오름 정상까지 산행을 해야 한다.
현재 올레9코스에서는 바다와는 잠시 멀어지고
군산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제주남부의 절경과
아름다운 안덕계곡, 상록수림을 바라보며 트레킹 할 수 있는데
내가 갔을 때는 루트 변경되기 전이었기에
월라봉까지만 돌아가는 짧은 루트였기에 힘들지는 않았다.
우리는 올레8코스의 아름다운 기억을 남기고 9코스를 향했다.
어제 술 한잔 기울 인덕에 아침부터 호텔 조식으로 숙취를 달래야 했다.
대평포구에서 출발할 때부터 다리가 상당히 무겁게 느껴졌기에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컨디션을 잘 조절해야겠다 생각 들었다.
올레9코스는 산행이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마땅히 화장실이나 식당을 찾기 어렵기에
화장실은 미리미리 다녀오고 간단한 요깃거리는 챙겨가는 게 좋을 것이다.
1) 박수기정
올레9코스는 박수기정이 보이는 대평포구에서 시작된다.
샘물을 뜻하는 박수,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져
박수기정이라고 한다.
우리가 올레 9코스를 돌 때는 박수기정 바로 위를 걷는
루트였기 때문에 아찔한 낭떠러지를 바라보며 지나야 했다.
대평포구에서 바라본 박수기정은 웅장한 병풍과 같은 느낌이라면
박수기정에 올라 바라본 대평포구는 꽤 인기 있는 제주도 포구마을 정도의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박수기정이 보이는 수많은 카페와 식당이 즐비한 대평포구와는 달리
박수기정위에는 수풀이 무성한 숲길만이 있을 뿐이다.
2) 월라봉 등산
초반부터 몰질이라는 가파른 길을 한없이 올라야 했다.
나는 등산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등산은 힘들기도 하고 특히 험한 산길은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위협요소처럼 느껴졌었다.
물론 월라봉은 사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산책정도로 느껴질 수도 있다.
적어도 나한테는 산책이상의 코스이긴 했다.
올레9코스도 아름다운 길임에 틀림없지만
지금까지 걸었던 올레길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월라봉 전망대 근처에서
우리는 잠시 짐을 풀고 김밥을 먹었다.
같이 싸 온 아이스커피도 한잔씩 하면서
나무 그늘에서 잠깐의 휴식을 보냈다.
그것만으로도 나한테는 큰 행복처럼 느껴졌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듯이 힘든 일이 있어야
행복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충분히 힘들었다면
그늘 아래 아이스커피와 같은 사소한 즐거움도
아주 큰 행복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러니 살다가 많이 힘든 시간이 오더라도
조금 여유를 갖고 기다려보자
어차피 그 시간도 언젠가 지나갈 테고
보상처럼 그곳에 큰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3) 화순금모래해수욕장
제주도 올레길 여행 초반에 화순금모래해수욕장에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부푼 기대만 가득했던 몇 달 전의 내가 생각났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기대감은 다소 줄긴 했다.
누구나 직접 경험을 하고 나면 감정이 변하기 마련이다.
초반의 설렘은 많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그것이 문제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감정의 변화로 인해 끝까지 하지 않게 될까 우려될 뿐이다.
제주도는 역사적으로도 아픈 기억이 참 많은 곳이다.
소외와 착취, 유배와 학살과 같은 고통의 역사와 이를 증명하듯
일제시절에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진지동굴이 여기저기 참 많다.
우리 앞으로 올레9코스를 돌고 계셨던 두 분이 보였다.
수녀님과 일행분인 거 같은데 진지동굴 내부를 보고 싶은데
무서워 못 들어가고 계셨던 것이다.
덕분에 우리도 반 강제적으로 같이 떠밀려 들어갔다 왔다.
창고천을 지나고 올레길의 끝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문득 역사는 똑같은 아픔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모두가 꼭 기억해야 할 교훈을 남긴다는
말이 생각났다.
나는 무언가 끈기 있게 한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며칠 만에 포기하고서
열심히 해볼걸 후회하곤 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교훈을 얻었고
덕분에 이번 올레길 여행은 꼭 완주하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처음 제주도 올레길 여행을 하기 위해 배낭을 메고서
화순금모래해수욕장에 왔던 그때의 나처럼
다시 한번 끝까지 꼭 가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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