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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부는혹꼼

"여행가는달 #6", 올레 7 코스, 물 위를 걷는 자#2 - 서귀포#2

by 혹꼼 2024.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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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 서귀포-월평#2 (올레7코스)

 

지난 올레7코스 여행의 후속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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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는달 #5", - 물 위를 걷는 자, 서귀포#3(제주도여행)

ep#5 : 서귀포-월평(올레7코스) 제주 올레길 여행을 하고난 후 느낀 감정과 경험을 개인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후기이며 정보성 글보다는 각 올레 코스를 에피소드로한 에세이 형식의 글입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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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해결하고 
나름대로 만족한 식사라며 식당을 나섰다.
우비를 더 단단히 챙겨입고서
스트레칭을 해준 후 길을 떠난다.

제주도는 작은마을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도시처럼 복잡하지 않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돌담사이를 가다보면
마음 속이 평온해진다.

오랜 시간 동안
그들의 희노애락이 담겨있는
마을에 있노라면

나의 힘겨운 인생도 작은 삶에 불과하다는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1) 법환바당 - 홀로 가는 길

서귀포여행
어촌 마을(법환바당) 길에는 저런 재밌는 그림으로 이목을 끈다

 


우리는 어느덧 법환포구를 지나와
주먹만한 자갈이 뒹구는 바당길을 걷고 있었다.

숲 길과 대비되는 잘 정비된 길도 
주먹만한 자갈로된 바당길도
가파르고 거대한 바위를 넘나드는 길도
모두 올레길이라는 이름 아래 있다.

 

서귀포여행
발목 부상을 조심해야하므로 튼튼한 트레킹화를 추천한다.

 


비가 끝도 없이 내리고 있기에
나는 우비를 머리까지 덮어쓰고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와 함께
사색에 잠겨 걸어가고 있었다.

빗물이 모여 작은 돌 언덕이
거대한 폭포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우리 앞에 나타난 
그때 그 청년들이 
길을 헤메고 있었다.

 

서귀포여행
비닐 우비가 제 몫을 해줬다.

 


왜 그런가 하니 앞에 길이 사라졌다.
어디로 가야되는지 우리도 헤메고 있었는데
아까 그 폭포가 생각났다.

돌아가서 자세히 보니 어쩌면 길처럼 보이기도 했다.
폭포를 뚫고 올라가자 올레길 리본이 보였다.
설마 이게 길일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비가 많이 와 길을 없애 버린 것이다.

 

서귀포여행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기암괴석

 


우리는 켄싱턴 리조트를 지나
잘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를 걸어가고 있었다.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 보이는 넓은 도로는
차가 하나 없이 한적해서 혼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세상에 혼자가 된다면 이런 느낌일까
그때가 되면 나는 무얼위해 
이렇게 걸어가고 있을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에 잠겼었다.

 

서귀포여행
카카오 로드뷰 당시에는 비가 많이와 어두웠다.

 


아마 그때는 살아가기 위해 걸어갈 것이고
그렇기에 지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일 것이다.
그리고 무척이나 외로울 것 같다.



2)  제주 바당 오케스트라

서귀포여행
길을 잘 찾아가야 한다.

 

 

 


소리를 받아들이는 기관인 귀는
일단 모든 소리를 받아들인다.
물론 모든 소리는 뇌로 전달되어
정보화 되기에 자동 필터링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요새는 이어폰도 발달해 
노이즈 캔슬링이라는 기능이 있는데
외부 소음을 어느정도 차단해줘서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가 
잘 들리도록 해준다.

서귀포여행
마일스톤처럼 중간중간 남은 거리를 계산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사람의 귀가 그보다 
훨씬 발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귀는 외부소리 차단없이 전부 다 듣기는한다.
(사실 다는 아니고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영역이 있다.)

우리는 그 수많은 소리 중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소리에 집중하면
그것만 필터링 들리는 것이다.
대단한 기능이다.

 

서귀포여행

 


나는 바다가 보이는 길을 멍하니 걷다가 
바깥소리에 집중해 보았다.
파도가 치는 소리, 비가 내려 여러 물체에 부딪히는 소리,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와
새가 지져 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것은 마치 제주도 자연의 
오케스트라 연주회 같다.

 

 

서귀포여행

 

 


소음이라 치부했던 
자연의 소리들이 어울려 
환상의 하모니를 연주하는 
마치 관현악단의 오케스트라 같았다.

"물 좀 줄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이프의 목소리였다.
나는 손에 들고있던 물병을 주었고
와이프의 한마디에 오케스트라는 중단되었다.

 

 

 


오케스트라 연주는 저들이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오케스트라가 연주되고 중단되는 것이다.
이게 불가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일까?

아무튼 내 마음에 따라 
인생의 크고 작은 이벤트는 달리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작은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우리 와이프임에 틀림없었다.



3) 월평포구 - 물 위를 걷는 자

 


우리는 물 위를 걸어갈 수 없다.
당연하겠지만 인간 본연의 어떤 스킬로도 
불가한 것이다.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신적인 존재들이지 않을까 싶다.

 

서귀포여행

 


올레7코스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여기저기 비닐하우스가 있고
안에는 귤나무들이 보였다.

정자에서 잠시 쉬면서 신발을 벗고
양말의 물을 짜고 목을 축이면서 
체력을 충전했다.

 

서귀포여행
가다보면 길에 저렇게 소가 풀려있다. 신경건드리지 말고 조심히 가자

 


이제 곧 끝난다는 생각이들자
저녁은 든든히 챙겨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일어났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길이 없어졌다.
다시 말하면 빗물에 길이 잠겨버려서 
걸어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어떻게 해야 되는지 고민했고 
금새 해답을 찾았다.

 

 

서귀포여행

 

 

 


그냥 가자~ 어차피 양말이고 뭐고
이미 다 젖은 상태다.
달라지는건 없다.
지금 우리가 망설이는 이유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던
길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물속에 잠겨 있던간에 길은 길임에 틀림없다.
첨벙첨벙 물에 잠긴 길을 걸었다.
망설임이 1도 없는 우리의 걸음은
마치 물 위를 걸어가듯 힘찬 걸음이었다.

누군가 우리를 봤다면 왜 저러냐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 건 아마 우리외에 
다른 사람들 뿐일 것이다.
우리는 그냥 길을 갈 뿐이다.

 

서귀포여행


그리고 머지않아 우리는 
올레7코스의 마침표를 찍었다.

버스를 타고 숙소에 돌아와 따듯한 물로 샤워한 후
식당에서 삼겹살에 막걸리를 먹었다.

뽀송뽀송해진 옷과 양말 그리고 따듯한 밥을 먹자
우리는 생기를 되 찾았다.

 

 

서귀포여행

 


그리고 나는 알게되었다.
어떤 힘든 상황이더라도, 
내가 가는 길이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아름다운 길이 아닐지라도 
생각을 바꾸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스스로가 물 위를 걸어간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다음이야기 : "여행가는달 #7", 제주 올레 8 코스, 월평-대평(제주도여행)

 

"여행가는달 #7", 제주 올레 8 코스, 월평-대평(제주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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