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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 : 올레18-1코스, 올레18-2코스 추자도 2편
대왕산 정상을 지나서 올레길을 따라가다보면
신양2리로 접어들게 된다.
점심을 먹으려면 따로 싸와도 좋고
모처럼 나름 큰 마을에 접어들었을때
식사를 챙겨먹는게 좋다.
추자도 올레길을 걷다보면
생각보다 식당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기회를 줄때 챙겨먹고
화장실도 보였을때 다녀오자.
살면서 기회가 생길때마다 뭐가 됐든
시도해보는게 좋다는 맥락과 같다.
추자도는 그 기회마저 자주 주지 않는다.
이번에는 전 올레길 이야기에 이어서 작성해보고자 한다.
3) 추자도 인생샷을 여기서#2
#2. 돈대산 정상
역시 높지 않은 산이고 11월인데도 땀이 난다.
남쪽이라 따듯하고 햇볕이 무척 따사롭다.
중간에 점심을 먹고 올레길따라
쭉 가다보면 신양항을 지나
황경한의 묘도 만나고 이윽고 해안길로 접어든다.
제주도내 올레길을 걸을때도 마찬가지겠지만
지나는 곳곳을 그냥 지나치지말고
그 곳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서 걸어가면
그 것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황경한의 묘는 천주교가 박해받던 시절에
이야기를 직접 체감할 수 있다.
눈물의 십자가와 정난주 마리아상을 보면서
지금은 알 수 없는 그 시절의 역사를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다.
계속해서 해안가에 피어있는 꽃들과 바다를
눈에 담아가면서 걸어가다보면
고즈넉한 작은 어촌계 마을을 만날 수 있다.
해녀들을 위한 만들어둔 작은 정자에서
잠깐의 휴식을 갖고 간식을 먹으면서
조용한 마을을 바라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평온해진다.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무릎을 털고 일어나 급히 이동했다.
슬슬 다리에 힘이 빠질즈음
돈대산을 오르게된다.
힘들긴해도 높지 않아서 금새 정상에 다다른다.
오르고나면 하추자도가 멀리까지 보이는
장관이 펼쳐진다.
저 멀리 상추자도도 같이 보이면서 추자도 전체를
360도로 관찰할 수 있다.
#3. 나바론 하늘길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는 떨어져있지만
중간에 다리가 있어서 걸어서도 건널 수 있다.
도보로 추자대교를 건너다 보면 저멀리 다리 아래로
소용돌이치는 바다가 꽤 무섭게 느껴진다.
차가 별로 오지않아 차도로 걸어서
건널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안전불감증이 있거나
극심한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나는 평소 고소공포증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종종 높은 곳에 올랐다가 두려움을 느낀적이 있어서
아주 없는건 아닌 것 같다.
나도 그때는 두려움에 쌓여 포기하고 싶어질때가 있다.
어서 이 시간이 끝나기만을 마음속으로 되뇌이다가
어느덧 끝에 다다르면 그제야 미소를 띈다.
어쨌든 모든 일은 끝나게 마련이기에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무서울때는 앞사람의 뒤꿈치만
바라보면서 가면 될 것이다.
살다가 너무 두렵거나 무서운 감정이 들때면
이 간단한 공식을 적용해 앞에 작은 목표들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다보면 그 것도 끝나지 않겠나 싶었다.
문제는 항상 다음에 더 큰 시련이 존재한다는 것인데
지금 나에게는 나바론 하늘길이 바로 그 것이다.
나바론 하늘길은 인터넷을 통해 미리 알아봤었다.
몇 몇 사람들이 올린 포스팅에서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주의하라는 문구를 본게 생각났다.
살짝 긴장하면서도 걸음은 계속 재촉했다.
나바론 절벽은 아쉽게도 올레길 코스에
포함되어 있지않다.
올레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진입장벽없이
걸을 수 있어야하나 나바론 하늘길은 안전상의 이유와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트레킹하기 쉽지 않기때문에
그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냥 내 생각이다.)
그래도 가능하다면 오르는 것은 나는 적극 추천한다.
올레길 여행자라도 시간내서
따로 올라보길 추천한다.
물론 날씨 좋지 않거나 길이 안좋다면
다음 일정으로 미루자.
안전이 무엇보다 최우선이다.
나는 하추자도 쪽에서 왔기에
정상에 오르는 가파른 계단부터 보였다.
예사롭지 않았다.
다리에 신경을 집중한 채 올랐는데도
슬슬 겁이 나자 양쪽 손잡이를
꼭 잡고서야 올라갈 수 있었다.
나에게도 고소공포증이 있는게 확실했다.
나바론 절벽은 수직에 가깝게 아주 가파르고
전망대는 온갖 주의 표시가 가득하다.
그러나 욕심이 난다.
해질녘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저 있어 홀린듯 앞으로 걸어가다
강한 바람이 마치 정신차리라는듯 뺨을 때려왔다.
덕분에 정신이 돌아왔고 급하게 그 곳을 내려왔다.
내려가는 길에 하루종일 혹사당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하지만 내려가다 마주친 장관에
다시 마음을 빼앗겨 연신 감탄하다보니
어떻게 내려온 건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해질녘 맞춰
나바론을 오르는게 장관이긴 했다.
다 내려오고 나서야 고된 하루를 보낸
내 다리를 칭찬하면서
어서 숙소가서 맛있는 밥에
소주 한잔 마시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다.
그 밖에도 추자도는 이곳 저곳 아무곳에서나
사진을 찍어도 인생샷이 나온다.
배경이 다해주니까 그냥 서있기만 해도된다.
나는 올레길 여행을 겸해서 다니기에
대부분 걸어서 이동하지만
추자도는 버스가 다니므로 시간이 부족하다면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좋겠다.
4) 배는 항상 든든하게
여행은 생각보다 많은 칼로리를 필요로 한다.
뚜벅이 여행자라면 특히 그렇다.
아무튼 배부르게 움직여야 여행이 쉬어질 것이다.
나는 아침, 저녁식사는 숙소에서 해결했다.
맛도 좋고 숙박비용에 두 끼가 포함되어 있기에
먹지 않을 이유가 없다.
건강식으로 나오니 밥을 한공기 더 먹자.
주류도 판매하기에 시원한 소맥이나
막걸리도 반주삼아 마시면 다른 식당 갈 필요가 없다.
누가 그러던데 추자도 숙소들은 대부분 숙소에서
식사를 제공해준다고 하더라.
이게 꽤 장점이된다.
숙박비용도 비싼편이 아니었는데
식비까지 절약할 수 있어서
경비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때문에 숙소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숙소 식당을 이용했다.
나는 대부분 낚시꾼들이나
일부 올레길 여행자가
숙박하러 올거라 생각했었다.
근데 의외로 다양한 형태의 여행자들이 많았다.
낚시꾼 뿐만 아니라 엄마와 딸, 안식년을 맞아
사진을 찍기위해 오신 분 등등
무엇보다 다음 날 배가 안떠서 오신 안타까운 분까지..
모두가 한 식당에 어울려 식사를 하니
곧 시끌벅적한 동네 잘나가는 식당 비슷하게되어
다른 맛집에 비할 바 없었다.
이동중에 점심으로 선택한건 중식당이었다.
오랫동안 걸어다녔더니
몸에서 고칼로리를 원하자
자연스럽게 이끌려 들어가게 됬다.
짜장면, 짬뽕, 탕수육 기본 3종과 맥주를 시켰다.
여기도 제주답게 탕수육 소스에 귤 향이 나던데
그게 나쁘지 않고 꽤 잘 어울렸다.
배고파 들어온 것치고는 사람이 꽤 많았는데
일부러 찾아오신 분도 있는거보니
그제야 여기가 맛집인가 싶었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밖으로 나가서야
식당의 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가운데 작은 마당이 있고 주변으로
깔끔한 식당 건물이 감싸듯이 있다.
아마도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거 같은데
인테리어가 개성있으면서 잘 어울린다.
물론 음식 맛도 좋았다.
섬을 나가기 전날 아쉬운 마음에
야식으로 편의점에서 과자와 맥주를 사왔다.
물론 뭔가 더 아쉬워서 치킨도 배달시켰다.
주변에 호프집을 찾았지만
그때는 문을 모두 닫은 상황이라
선택권이 없어 시킨거였는데
의외로 일행과 오손도손 둘러앉아서
사진을 보며 먹는 치킨과 맥주는 꿀맛 그 이상이었다.
여기는 늦은 시간에는 편의점도 문을 닫았었다.
배가 부른상태였지만 일행과 두 마리 클리어하고서
내일 아침배를 타기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5) 남겨두고 나가자
추자도를 입도할때의 마음과
떠날때의 마음은 사뭇 달랐다.
일정이야 2박3일지만 추자도를 즐긴건
고작 하루 반나절일 뿐인데도
마음속의 걱정거리들은 대부분 해소된 기분이었다.
보통의 일상을 보낼때라면 일주일도 짧았을 것이지만
이 곳에서 나는 알게 모르게 많이 치유받았나보다.
추자도는 작은 섬이지만
나름대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고작 며칠뿐이겠지만
많은 추억을 간직했고
추자도에게는 작지만 의미있는 역사로서
남겨졌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이 곳을 방문했던 많은 사람들과
일생을 살아온 수 많은 사람들
그리고 현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작은 시간들이 모여
추자도의 오랜 역사가 만들어졌으리라 생각했다.
추자도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이 곳에 나를 괴롭히던 것들을
남겨둔 채 떠나려한다.
뒤돌아 추자도를 바라보며
언젠가 다시 방문해서
내가 남기고 간 것들을
되찾아 가리라는 다짐을 했다.
그리곤 배웅이라도 하듯 찾아온
기분좋은 바람에게
추자도에게 고맙다고 전해달라는 말을 남긴 후
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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