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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 : 서귀포-월평(올레7코스)
올레 7 코스는 서귀포 올레여행자센터에서 출발해
월평아왜낭목까지 이어지는 꽤 아름다운 코스다.
올레길 추천코스에 항상 올라있는 올레 7 코스는
외돌개와 법환포구, 수봉로가 있고
절경이 아름답기에 꼭 들러보길 추천하는 코스다.
이전이야기 : "여행가는달 #4", 울고 웃는 길 위에서 - 서귀포#2(제주도여행)
일어나자 마자 길을 나선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올레길 걷기를 시작한다.
어제는 비가 오더니 오늘은 비가 그쳤다.
여름이지만 우중충한 날씨 덕에 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힘든 여정이겠지만
마음은 어서 떠나고 싶어졌다.
오늘은 제주도 여기 저기 마음대로
걸어보는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날이다.
1) 올레여행자센터-여행자의 조건
올레 패스포트라고 있다.
이것은 올레길을 걷으며
코스의 시작, 중간, 끝에 각 지점마다 있는
스탬프를 찍어 완주를 증명하는 것으로
패스포트라기 보다는
일종의 "참 잘했어요" 도장과 비슷한 것이다.
물론 이 스탬프를 모아야만
100km 증명서라던가
완주 증서를 준다.
특히 모든 올레길 완주시에는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고
완주 증서뿐 아니라 완주 기념 뱃지도
제공한다.
약간의 목표를 주어
동기부여가 되도록 하는 것 같다.
물론 무료는 아니다.
(앱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역시 아날로그지만 페이퍼에 스탬프를
꾹 눌러찍는 맛은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패스포트는 2만원에 구매했었다.
비싸다고 할 수 있지만
올레길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기부한다는 개념이라 생각한다면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2) 올레 7코스, 럭키 '7'
오늘의 코스는 올레7코스다.
나에게 7이라는 숫자는 그다지
행운의 숫자는 아니다.
그래도 오늘은 꽤 기분좋게 느껴졌다.
오늘은 7월7일이고
우리는 7코스 위에 있기에
마치 럭키 '7'이 행운을 가져다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올레길의 시작은 여행자 센터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곧 서귀포칠십리시공원에 접어든다.
공원을 산책하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여기 저기 둘러보면서 걸어갔는데
왠 폭포가 떡 하니 있었다.
모양새가 익숙한 폭포길래
찾아봤더니 천지연 폭포였다.
입장료 내고 들어가 구경하는 것만 못하겠지만
공원 산책하다 만난 천지연 폭포도 나름대로 볼만했다.
이윽고 삼매봉에 올라서
서귀포를 저 멀리까지 관람하다가
부리나케 내려와보니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관광지인가?' 하고 둘러보니
어느덧 외돌개에 와있었다.
어쩐지 사람이 많다했다.
나는 외돌개와 그 쪽 해안로를 쭉 따라
드라이브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여름에 그 도로를 드라이브해서
서귀포를 둘러보면 남쪽 나라에 있는 기분이 들곤 했다.
외돌개를 지나자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다.
3) 외돌개 - 고생해야 기억에 남는다.
대장금이 보이는 정자에서 비를 피했다.
그치겠지.. 그치겠지.. 안 그치더라
하필이면 배낭에 있던 우비도 안 챙겨 나왔다.
한참 고민하다가 어제도 맞은 비인데
오늘도 맞으면 어떠냐 싶어 그냥 출발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한 10분 걷고서 카페로 들어갔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기에
죽이되든 밥이되든 가보자며 다시 출발했다.
바람막이를 우비 삼아서 뒤집어쓰고 걸었다.
그리고 한 20분 걷고서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어제와는 다른 장대비에다가
아직 반도 가지 못한 상황이라
부담이 컸기에 우비를 사러 들어간 것이다.
(이제 막 서귀포여자고등학교를 지나갈 참이었다.)
사온 우비를 단단히 챙겨입고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우리와 같은 처지의 젊은 청년 4명도 비를 맞아가며
걸어가고 있었기에 나름 위안이 됬다.
우비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정신이 아늑해지고
길에 떨어지는 수 많은 물방울만 보고있자니
최면에 걸린 듯 여러 감정이 겹쳐왔다.
왜 스스로 여행이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일부러 고생길에 오른 것일까?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보기도 했다.
물론 달라지는건 없었다.
그냥 잡념들만 머릿속에 가득해질 뿐이다.
저 앞에 우리와 같은 처지에 놓인 청년들이
신나게 앞서 가다 사라져 버렸고
어느덧 빗물로 진흙탕이 되버린 산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온 몸은 축축하고
신발은 이미 물에 담갔다 뺀 것 마냥
걸을 때 마다 쩍쩍 소리를 내고 있었기에
더이상 최악도 없었다.
4) 법환포구 - 하나지만 서로 다른 길
그런데 저 앞에 우리와 같은 처지에 놓인
또 다른 여행객이 나타났다.
그들은 어머니와 아들같았다.
산 속 진흙길 아니 물에 잠긴 길에서 어머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꼼짝없이 계셨고
아들은 이미 저 멀리 가버리고는
어머니더러 빨리오라 말하고 있었다.
좁은 길이었기에
우리를 보곤 다급해진 모습이었다.
어머니에게 천천히 가시라고 말하자
보다못한 아들이 돌아와 어머니를 모시곤
우리에게 길을 비켜주었다.
우리는 가볍게 눈인사를 드렸고
어머니는 미소로 답해주었다.
어느덧 나름 식당이 있을 법한 포구가 나왔기에
점심을 먹을 겸 식당에 들어갔다.
한참 밥을 먹고 있을 때 창문 너머로
아까 마주친 엄마,아들 여행객이
장대비를 맞아가며 걸어가고 있었다.
아들은 앞서 가고있었고
어머니는 장대비에 고개를 숙이고
뒤따라 가고 있었다.
어머니 손에 작은 우산은
그 의미를 이미 잃었기에
접힌 채 있을 뿐이다.
아까 우리를 보며 지어주셨던
어머니의 따듯한 미소가 떠올라
점심은 드시고 가시는건지..
비 좀 피할겸 쉬시다 가셨으면..
등등 온갖 걱정이 들었다.
참 모진 아들이구나 싶었지만
세 걸음마다 돌아보며 어머니와 멀어지지 않도록
걸음을 늦추는 아들의 모습에서
잘 표현하지 못하는 내 모습 같으면서도
걱정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그의 진심이 느껴져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저들의 여행이 잘 마무리되기를
그리고 이 길에 끝에서는 두 사람이
손을 꼭 잡은 채로 돌아오기를
마음속으로 바랐다.
다음이야기 : "여행가는달 #6", 물 위를 걷는 자#2 - 서귀포#2(제주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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