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 월평-대평 (올레8코스)
올레 8 코스는 월평아왜낭목에서 시작해 약천사와 대포주상절리를
지나는 올레길이다.
주상절리의 기괴한 절경과 중문관광단지를 지나
대평포구로 향하는코스로 아름다운 제주의 절경과 함께
관광지로써 제주를
느낄 수 있는 다이나믹한 올레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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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7코스가 끝나고 여행자센터에 들어서자
우리 같이 홀딱 젖은 채 돌아오신 여성 두 분이 있었다.
우리는 등산화 건조기가 이미 가득 차 있었기에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분들께서 오늘 몇 코스를 돌았는지 물으시며
올레8코스가 매우 좋더라고 꼭 다녀오라며 추천해 주셨다.
덕분에 다음번 제주 여행에서는
꼭 올레8코스를 돌아보리라 다짐했었다.
이후 그해 11월 정말 올레8코스를 돌게 되었고
이번 포스팅에서 아름다운 제주도 여행으로
그 '올레8코스'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제주도여행을 하다 보면
아름다운 해변과 푸르른 바다를
원 없이 만날 수 있다.
그러한 이유로 제주도여행을 찾는 사람이 무척 많지만
개인적으로 바다를 마주하는 방법으로
올레길 걷는 것 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길고 긴 바당길로 이루어진 올레길을 걷다 보면
제주 바다 방방곡곡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내 스타일에 꼭 맞는 바다와 제주를 마주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1) 8방미인 올레8코스
올레8코스는 월평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서귀포에 숙소를 잡고서
버스를 타고 8코스의 시작인 월평 아왜낭목 정류장에 도착했다.
11월의 제주도는 날씨가 무척 좋았다.
가을의 상쾌한 공기와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는
제주도 여행을 즐기기에 매우 좋았기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보통 11월 초에 올레걷기축제를 한다.)
이른 아침이지만 든든하게 아침밥을 챙겨 먹어야
일정을 무난히 소화할 수 있다.
공복인 우리는 급히 근처 편의점에 들러 편의점 도시락과
컵라면 하나를 사서 와이프와 나누어 먹었다.
신기하게도 식당에서 먹은 것보다 맛있게 느껴졌다.
대포포구를 지나 곧 중문관광단지에 접어들었다.
올레8코스는 중간에 관광단지가 있어 사람구경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덕분에 카페나 식당이 충분하므로 점심걱정은 안 해도 된다.
중문의 아름다운 색달해수욕장을 지나자
비로소 올레길다운 길이 나오기 시작했다.
올레8코스는 약천사와 같이
큰 절을 구경할 기회도 있고
해변과 주상절리가 보이는
이국적인 분위기도 즐길 수 있다.
박수기정이 보이는 아름다운 카페와 화려한 관광단지,
크고 작은 포구와 바닷가의 고즈넉한 마을도 구경할 수 있다.
제주는 다양한 문화가 있고
다양한 여행객이 모인다.
그렇기에 명성에 맞게 관광지로써도
그리고 훌륭한 자연경관으로도
제주 주민의 삶이 녹아있는 작은 마을으로도
올레길 여행자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올레길은 언제나 우리를 즐겁게 한다.
2) 색달해수욕장 - 인문학 질문 100선
인문학이라고 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고 한다.
물론 나 역시 그렇기에 그 기분을 잘 안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이것이 우리나라 일부 교육의 폐해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사실 인문학은 거창할 것도 없고
어려운 게 아니라 의외로 우리 주변에
항상 가까이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을 매우 풍요롭게 해 준다.
그래서 제주도 여행을 오기 전에
책에서 봤던 몇 가지 인문학 질문을 준비해 왔다.
나는 와이프와 걸어가면서 서로에게 준비해 온 질문을 했다.
그리고 그 질문 하나하나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15분 뒤 세상이 멸망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1년 뒤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평소에 서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며 살아왔는지
왜 자주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서 나 자신이 그리고 우리 서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개개인의 삶과 우리의 미래를 응원해 주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우리는 어느덧 올레8코스에서 꽤 걸어와 논짓물을 지나가고 있었다.
여름에는 여기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고 하던데
여느 리조트 수영장보다도 물놀이하기에 훌륭하고 좋아 보였다.
11월이었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지나가고 있었는데
문득 내 마음속 스트레스와 걱정거리들이 온데간데 없어진 것을 알았고
기분이 매우 좋아지기 시작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위로해 주고
마음에 평온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나를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날마다 스스로에게 얼마나 질문을 던지고 있을까?
어쩌면 현대인에게 있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3) 대평포구 - 복기(復棋)
그렇게 대평포구에 도착하면서
우리의 올레8코스가 마무리되었다.
20km나 되는 긴 거리를 걸으면서도
지루함은 없었고 오히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따듯해졌다.
저 멀리 우아한 병풍과 같은 박수기정을 바라보면서
나는 오늘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 복기해 보았다.
아름답고 여기저기 향기로운 귤향기가 가득한 길과
거대한 약천사를 지나왔다.
골목골목 숲길과 작은 오솔길을 걸었고
대포포구와 주상절리가 보이는 잘 정돈된
관광단지의 산책로를 걸었다.
고급 리조트와 호텔들이 즐비한
중문관광단지를 지나
예래생태공원의 산책로,
그리고 박수기정이 보이는 뷰 좋은 카페와
식당이 있는 바당길을 걸었다.
어떤 길은 깨끗하고 화려했고
또 어떤길은 초라하고 힘든 길이 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길을 지나 결국 우리는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의 삶도 항상 화려하고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어떤 고통스럽고 힘든 날이라도
그리고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쁜 날이라도
그 모든 날이 과정이 되어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라며 하나도 쓸데없는 생각을 한 뒤에
오늘 저녁은 고기를 먹어야겠다며 들뜬 마음으로
호텔로 돌아갔다.
다음이야기 : "여행가는달 #8", 제주 올레 9 코스, 대평-화순금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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